집중력이 없는 게 아니라, 정해두지 않은 겁니다
시험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면,
아이도 저녁마다 책상에 앉기는 합니다.
그런데 삼십 분 뒤에 문을 열어 보면 아까 그 페이지입니다.
연필은 쥐고 있는데 넘어간 데가 없습니다.
그 모습을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.
우리 애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할까.
집중을 못 한 게 아니라, 고르다가 끝난 겁니다
아이 책상 위를 보면 수학 학원 숙제가 남았고, 영어 단어는 밀렸고, 모레 수행 준비도 해야 하고, 시험 범위 프린트도 어딘가 있습니다.
이 상태로 앉으면 아이 머릿속에서 먼저 시작되는 건 공부가 아니라 고민입니다.
수학부터 할까, 그건 오래 걸리는데.
단어부터 할까, 그건 내일 해도 되나.
이걸 삼십 분 동안 합니다.
밖에서 보면 멍하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,
아이 나름대로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.
무엇을 먼저 할지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.
(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지 한참을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^^)
그래서 정작 공부를 시작할 때쯤이면 이미 지쳐 있습니다.
집중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.
집중을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의지가 남다른 경우보다,
앉기 전에 오늘 뭘 할지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.
정해져 있으면 앉자마자 그걸 펴면 됩니다.
고민할 일이 없으니 첫 문제까지 가는 데 일 분이면 됩니다.
반대로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앉으면,
아무리 성실한 아이라도 그 삼십 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.
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앉기 전에 해둬야 할 일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.
그래서 아이의 집중력을 탓 하기 전에,
오늘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지 명확한 계획을 먼저 점검해 봐야 합니다.
그럼 그 계획은 누가 세우나
여기서 길이 둘로 나뉩니다.
하나는 부모가 정해 주는 겁니다.
오늘은 수학 세 장, 내일은 영어 단어 오십 개.
그날 저녁은 확실히 수월합니다.
다만 다음 시험에도,
고등학교에 가서도 누군가 정해 줘야 합니다.
다른 하나는 아이에게 맡기는 겁니다.
그런데 한 번도 세워 본 적 없는 아이에게
"네가 알아서 계획 세워"라고 하면 대개 "어떻게 세우는지 몰라"라고 답합니다.
처음에는 아이가 혼자서 어려워 할 수 있습니다.
그래서 처음 몇 번은 같이 앉아서 세우고, 조금씩 아이에게 넘겨야 합니다.
같이 세울 때는 이렇게
거창하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.
시험 앞이라면 필요한 것이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.
시험 날짜가 있고, 과목이 있고,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.
종이 한 장을 펴고 아이와 셋만 적어 보시면 됩니다.
시험까지 며칠이 남았는지. 과목마다 봐야 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.
그러면 하루에 얼마씩 해야 하는지는 저절로 나옵니다.
지난번에 안내드린 계획표를 쓰셔도 되고, 그냥 빈 종이도 괜찮습니다.
그다음이 더 중요합니다.
적어 놓은 걸 지켰는지 검사하려는 게 아니라,
어제 세운 계획이 '지킬 수 있는 계획'인지 아이와 같이 보는 겁니다.
생각보다 오래 걸렸으면 내일 분량을 줄이고, 금방 끝났으면 늘리면 됩니다.
이걸 두세 번 해 보면 아이는 자기가 한 시간에 어느 정도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.
그러면 점차 아이도 스스로 계획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.
시험 앞이 계획을 배우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
평소에는 계획을 세우라고 해도 세울 거리가 마땅치 않습니다.
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흐릿하기 때문입니다.
그런데 시험 앞에서는 날짜도 범위도 눈에 보입니다.
계획이라는 걸 처음 배우기에 이만한 조건이 없습니다.
만약 아직 아이가 고등학생이 아니라면
아이가 계획을 잘못 짜서 며칠을 헤매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아닙니다.
지금 시행착오를 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.
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,
그때는 헤맬 여유가 없습니다.
오늘 저녁에는
아이가 삼십 분째 같은 페이지에 있는 걸 보시면,
예전 같으면 "집중 좀 해"가 먼저 나갔을 겁니다.
오늘은 한 문장만 바꿔 보시면 좋겠습니다.
"오늘 뭐부터 할지는 정했어?"
서보현 코치 드림
※ 내신 계획법은 특강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.
https://cebocoach.com/lives/5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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